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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회고
    생각 2020. 12. 12. 17:22

     

     

    2020년은 그 어떤 해보다 혼란스러운 해였다. (진행 중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그랬지만, 특히나 개인적으로도 변화가 많았기에 정말 많은 감정이 오갔던 해였다.

    따라서 올해만큼은 기록을 해두고자 2020년 회고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여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순서는 시간 순이다.

     

    상경

    국비 학원을 다니기 위해 상경을 했다.

    졸업 즈음에 프로그래머가 되고자는 목표가 생겨 학원을 찾아보다 원래 20대 초반 홈그라운드였던 부산을 나와 서울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서울에 국비 학원을 알아보고 면접을 두 군데 정도 보았다. 

    둘 다 합격은 했지만, 좀 더 빨리 개강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등록을 했다. 졸업을 하자마자 빈 공백이 생기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월 말부터 기초 특강을 비롯해 국비 학원 과정을 시작했는데, 전국적으로 유행병의 확산세가 심해져 일주일 남짓 다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후 3월 말, 확산세가 조금 꺾이는 듯하여 (사실 더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 다시 학원을 등록해 과정을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3월 말부터 9월 초 (유행병으로 인한 휴원 및 연장으로 정확히는 10월까지) 까지 국비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국비학원

    국비학원 과정은 크게 자바 기초, 웹 두 파트로 나뉜다.

    자바 기초는 말 그대로 자바 기초를 배우고, 웹 부분에서는 spirng 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배우며 앞에서 배웠던 자바를 이용해 웹프로그래밍 공부를 한다.

    사실 대학 때 자바 기초 수업을 조금 들었었고, html 이나 css 역시 약간씩은 했었기 때문에 초반 한, 두 달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알고리즘 공부도 해보겠다며 인강도 조금 들었었다. (지금은 다 까먹어서 얼마 전부터 다시 하고 있다) 

    학원은 9시 반부터 6시 20분까지이고, 처음 한 달 동안의 의무 야자를 해야 해서 저녁 9시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크게 힘들진 않았다. 되려 학원을 더 오래 열어두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학원 개강을 하고 처음 4달 정도는 식비를 아껴보겠다며 한 끼는 도시락을 가져와 해결했고 저녁은 간단한 에너지바로 해결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생 때부터 몸무게 변화가 없던 몸이었는데 4달 동안 4kg 정도가 빠지긴 했다.

    ( 이 후엔 막판이라며 많이 사먹었다 ) 

    힘들긴 하지만 힘든 새도 모르는 듯이 견뎠던 것 같다.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고 기회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아쉽게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공부는 너무도 즐거웠고, 지금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서울에 와 공부를 한다는 것이 매일매일 꿈만 같았다.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배울 수 있음에 즐거웠던 시기였다. 

     

    물론 학원 과정은 현업 개발자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아쉽지만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발판의 역할로써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국비 학원 출신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간혹 보이지만, 국비 출신 역시도 자신의 부족함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한다. 나 역시 그렇다고 말할 수 있고, 내 주변 동기분들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국비학원을 추천까진 아니더라도 좋지 않게 말하진 않으려 한다. 프로그래밍을 접할 기회가 없었거나 국비학원 밖에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불가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적성

    학원을 다니면서 나는 나름 프로그래밍이 어떤 건지는 아니까, 전혀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그런데, 하물며 그 공간 안에서도 뛰어난 사람은 당연히 존재했고, 그 때문에 한때 무시하고 지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프로그래밍에 적성이란게 있을까?

    같은 것을 배워도 그 이상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응용해서 더 멋진 것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도저히 그 사고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되고프지만 나와는 너무 달랐다.

    이 생각 때문에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듯 했던 공부가 잠시 중단이 되었다.

    학원 생활 3개월째에 슬럼프가 온 것이다.

    나는 sns에서 개발자가 보여도 그다지 조언을 구하지 않았었다.

    내가 얼마나 바보인지 들키는 게 두려웠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슬럼프는 꽤나 오래갈 것이고, 시간 낭비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sns에서 성실함의 아이콘으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개발자 분께 메일을 드렸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몇 번이고 메일을 확인하고 마음 졸이며 답장을 기다렸었다. 

    답장은 곧 장 왔다.

     

    그분은 적성에 대한 고민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자신을 너무 고립된 환경에 두지 말고 최대한 많은 사람과 프로그래밍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보며 성장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메일을 읽고 나니 과연 나는 얼마나 타인과 비교하며 나 자신을 옳아 매었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또한 현재 내가 있는 환경이 한정적임을 다시금 상기했다.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작년과는 다르게 나는 학원에 오면서 어제보단 나아지고 있고 어제보단 아는 게 많아진 내가 되었으니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며 슬럼프가 끝나길 기다렸다.

     

    나는 사실 이해력이 굉장히 느리고, 학습 능력이 그리 뛰어난 인간은 아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내 학습 전략은 이해에서 익숙함을 중심으로 바뀌었다. 

    먼저 익숙해지길 기다렸다 그 후에 이해를 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공부하는 건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는 느리겠지만, 어찌 됐든 나에겐 맞는 방법이고 나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어찌 됐든 먼저 익숙해지기. 

    익숙해진다면 배움에 두려움도 없어진다. 

    지금 회사의 CTO께서도 익숙함을 늘 강조하셨고.

     

    여하튼, 나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내가 어떤 타입의 인간인지 조금은 깨달았다.

     

    인턴

    종강 기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유행병은 더 극심해졌고 그러던 중 종강되기도 전에 스타트업의 인턴이 되었다. 

    sns에 모집 공고가 올라왔었고, 자바가 아니라 루비였기 때문에 그저 내가 루비 개발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만 넘겼는데 

    어찌어찌 좋은 기회가 되어 내년 2월까지 일하게 되었다. 

     

     다른 언어로 일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해서 굉장히 하루하루 긴장되었다. 

    자바로도 잘 할 자신이 없었는데 루비라니!

    게다가 맥북도 써본 적 없는데 맥북을 써야 했다. 

    (배부른 투정)

    이런저런 쉬운 일이 없었지만, 나름대로 익숙해지고 있다. 

    우선 내 자리가 생기고, 잠시나마 소속이 생겼다는 것에 늘 감사하다. 

     

     

     

     

    무엇보다 일하면서 내가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지 확신을 어렴풋이나마 가졌기 때문에 그것만이라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실제 서비스되는 곳에다 이것저것 실수를 쳐놓기도 하지만.. 

     

     


     

     

    이로서 2020년의 회고가 끝났다. 

    사실 더 많은 이슈들이 있지만, 그건 일기에 쓰는게 맞을 것 같다. 

     

    나는 멋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지만, 꽤 늦게 시작했고 비전공자에다 현업에 있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력으로 세상이 무서워 

    방구석에서 기초나 끄적이고 있었던 한 평생 뉴비였다. 

    여전히 나는 내 자신을 뉴비라고 부르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래야만 하겠지만 그래도 프로그래머로서의 큰 도약을 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부족한 탓에 여전히 실수를 하고 속상하고 내 자신이 싫어죽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지고 이 일이 내 일이 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내년은 이 도약을 시작으로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해가 되길 바란다. 

    절망과 반성은 짧게, 그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빠르게 쟁취해내길. 

    여전히 나는 쉽게 절망하고 좌절하지만, 부디 잘 털고 다시 일어나는 인간이 될 수 있길. 

     

     

    나와 같은 뉴비에게, 나와 같은 여성 개발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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